Netflix 《흑백요리사》를 본 뒤로 제 먹방 영혼은 완전히 백종원 선생님에게 붙잡혀 버렸어요! 회사에서 잠깐 딴짓을 하다가… 아니, 아주 성실하게 자료를 찾다가 백 선생님이 타이베이에서 베이터우의 吳家牛肉麵店(Wu Jia Beef Noodles)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세상에, 이런 곳을 사회생활 막 시작한 초보 먹보인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쉬는 날 바로 남자친구를 끌고 MRT를 타고 베이터우(Beitou, 北投)로 달려갔습니다. 역에서 걸어서 약 5분, 中央北路와 大業路 교차로 쪽으로 가다 보면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커다란 빨간 간판이 보여요.
그리고 Google 후기를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무려 칠천 건이 넘는 후기라니! 매장에서 먹는 사람도, 포장해 가는 사람도 계속 몰려서 줄이 끊이질 않았어요. 면 먹으러 온 건데 분위기는 한정판 운동화 발매 줄 같았습니다.

줄을 서자마자 제 머릿속 혼자만의 드라마도 시작됐죠. “이거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배고픈데… 소문만큼 맛없으면 진짜 울 것 같은데….” 다행히 안쪽에 자리가 꽤 많고, 다들 기차라도 놓칠 듯 빠르게 면을 먹어서 회전은 빨랐습니다. 10분 조금 넘게 기다린 뒤 드디어 자리에 앉았어요. 속으로 꽃가루 팡팡!

주문 난이도 상승: 이모님의 초고속 질문 세례
면 요리 말고도 물만두, 완탕, 여러 종류의 국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긴장되는 순간은 면을 주문할 때예요. 주문을 받는 이모님이 엄청난 속도로 질문을 쏟아냅니다.
“면은 뭐로 할 거예요? 아주 넓은 면, 중간 넓이, 가는 면, 당면, 아니면 호박 라면?”
그런데 면 종류를 바꿔도 추가 요금이 없대요!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말에 약한 알뜰파 직장인에게는 거의 축복이죠. 문제는 제가 바로 선택 장애에 빠졌다는 것. 멍하니 고민하고 있으니 이모님이 익숙한 듯 바로 결론을 내려주셨습니다. “못 고르겠죠? 그럼 보통 중간 넓이로!” 네, 전문가 말씀 따르겠습니다.
이럴 땐 역시 프로를 믿는 게 답이죠. 그다음 계산대 옆에서 반찬을 고르고 주문표에 표시한 뒤 바로 결제했습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 얌전히 면이 나오기만 기다리면 끝!


소고기와 힘줄 반반 우육면(중간 넓이 면)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등장! 소고기와 힘줄을 한 그릇에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소고기와 힘줄 반반 우육면’입니다.

소고기와 힘줄을 정말 아낌없이 넣어줘서 ‘사장님이 소 한 마리의 맛있는 부분을 다 담은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이모님이 골라준 중간 넓이 면은 탄력이 좋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었고, 면 표면에는 홍샤오 국물의 향이 제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오~ 이게 소문으로 듣던 베이터우 우육면 삼대장급의 맛인가?’ 싶었어요. 국물은 진하지만 짜기만 하지 않고, 소고기는 딱 좋게 부드러워서 이에 끼며 씨름할 일도 없었습니다. 힘줄은 말랑하면서 살짝 쫀득한 젤라틴 식감이 좋았고요. 고기 크게 한입, 면 크게 한입 먹다 보니 회사에서 상사에게 시달린 서러움까지 이 한 그릇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
추천 모둠 반찬: 다시마·두부간·루단·돼지귀
우육면 먹는데 반찬이 빠질 수 있나요! 저희는 가장 기본적인 조합으로 골라봤습니다.
돼지귀는 오독오독하면서 은은한 훈연 향이 났고, 다시마와 두부간은 보기엔 평범해도 간이 속까지 잘 배어 있었어요. 여기에 가게 특제 소스를 곁들이니 자꾸 손이 갑니다. 남자친구와 돼지귀를 서로 집어 가며 먹었는데, 이런 게 또 여행의 소소한 재미죠.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흑백요리사》를 보고 백 선생님의 타이베이 방문지 중 한 곳을 따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베이터우의 吳家牛肉麵店(Wu Jia Beef Noodles)까지 왔는데, 이번 맛집 탐방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줄이 계속 생기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기다려야 하긴 하지만, 소고기와 힘줄이 푸짐하게 올라간 한 그릇을 받고 나면 줄 서며 흘린 땀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뜰 직장인 오늘의 한마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우리는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화려한 고급 요리를 마음껏 먹을 형편은 아니지만,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베이터우에서 백종원이 실제로 방문했던 우육면집을 경험할 수 있잖아요. 이런 게 바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다음에 베이터우에 온천을 하러 오거나 산책하러 올 일이 있다면, 배를 조금 남겨 두고 커다란 빨간 간판의 吳家牛肉麵店에 들러보세요. 단, 이모님이 어떤 면으로 할 거냐고 물으면 저처럼 멈춰 서서 버퍼링하지 말고 바로 대답할 준비는 해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