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십 분 전, 오 년 쓴 낡은 업무용 컴퓨터가 또 멈춰 무능한 상사가 재촉하는 분기 보고서를 죽어도 저장하지 못했다. 파란 바탕의 흰 글씨 화면을 보며 두 손을 키보드 위에 띄운 순간, 마음이 죽은 물처럼 갑자기 고요해졌다. 이따가 바로 옥상에 올라가 목이나 맬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퇴근해 회사 문을 나서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냈고, 아내가 ‘오늘 밤 친정에서 잘게’라고 보낸 메시지를 봤다. 착취당해 멎기 직전이던 심장이 전기 충격을 받은 듯 순식간에 미친 듯 재부팅됐다.
기적이었다! 세상 다 산 얼굴로 인생에서 로그아웃할 생각만 하던 내가 오늘 밤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빨간 글씨 가득한 건강검진표 앞에서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생기가 넘쳤다. 발걸음도 스무 살에 군 복무를 막 마쳤을 때처럼 가벼워졌다. 신나게 타이베이 중앙역 이 층 브리즈 광장으로 갔다. 이 층 전체가 식당이고 야키니쿠만도 여러 곳이다. 전에는 지날 때마다 오래 못 갈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몇 년이나 영업했다.
가게는 깔끔한 일본식 미니멀 나무 분위기다. 온라인 후기는 ‘산뜻하고 편안하며 혼자도 부담 없이 식사’라고 추켜세우지만 나는 비웃음만 나온다. 늙은 월급쟁이에게 실질적인 장점은 저렴한 일인 야키니쿠 세트다. 최저 218위안이면 나만의 작은 불판이 생긴다. 남과 어울릴 필요도, 고기를 뒤집어 줄 책임도, 좋은 고기를 양보하며 통 큰 척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진짜 무압박이다. 신성한 ‘자유의 밤’을 기념하려고 한심하게 39위안을 더 내고 음료 무제한을 골랐다.


안창살 세트를 주문했다. 김치, 참깨 양배추, 고시히카리 쌀밥, 참기름 달걀프라이까지 가득했다. 젓가락으로 달걀을 터뜨려 한입 먹고 속으로 투덜댔다. 대체 어디서 참기름 맛이 난다는 거지? 이 나이가 되고 여러 해의 접대에 혀가 조금 무뎌졌어도 참기름 향은 정말 조금도 없었다.

신선한 닭다리살, 우삼겹, 훈제 베이컨, 안창살을 불판에 일렬로 놓았다. 미식가 기준으로 고기 품질이 뛰어나지 않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불빛 위에서 기름이 지글거리고 향이 코를 덮치면 싸든 비싸든, 좋든 아니든 상관없어진다. 고기를 크게 입에 넣고 고시히카리 밥과 먹었다. 입안에서 기름이 터지는 죄책감은 이 엿 같은 하루의 완벽한 구원이었다. 둘 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맛있었다.

혼자 고기 한 접시를 다 먹고 배를 둥글게 채웠다. 식후에 옷에서 빠지지 않을 고기 냄새를 만지듯 쓰다듬고 타이베이 중앙역 대합실에 서서 자유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내일이면 아내가 돌아오고 회사에 가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컴퓨터를 다시 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 한 끼는 맛있었다.
중년 월급쟁이의 혼잣말:
이 나이가 되어서야 행복은 승진이나 돈벼락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내가 친정에 간 틈에 퇴근 후 온전히 나만의 작은 불판을 가지고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은 채 고기 한 끼를 먹는 것이다. 내일이면 아내가 돌아오고 옷의 기름 냄새를 일 초 만에 알아채 한바탕 욕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빨간 경고투성이인 이 몸은 묵직한 고기 향에 위로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