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내 얘기 좀 들어 봐.
요즘 타이베이는 점점 놀 줄 안다. 분명 쓰촨 요리인데 굳이 비스트로로 만들고 이름도 ‘Red Queen’이라 붙였다. 낮에는 성실히 일하다가 밤이면 하이힐을 벗고 매운맛에 당당히 덤비는 여자처럼 개성이 넘친다.
드디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먹었는데 웃음이 나왔다. 동남아 휴양지 분위기를 타이베이 도심에 몰래 들여온 셈이다. 독립된 작은 건물, 조명 아래 흔들리는 연못의 물고기, 초록으로 가득한 정원. 밖에서 바람을 맞으며 매운 음식을 먹는 시간은 도시인이 훔쳐 낸 숨 한 번 같다.
이번에는 세 요리만 말하겠다. 더 이야기했다가는 키보드까지 침으로 적실 것 같으니까.
먼저 나온 건마라향 감자채。
씹으면 새로 만난 친구처럼 아삭하다. 겉은 예의 바르지만 속에는 작은 성질을 숨겼다. 은은한 산미와 얼얼함이 혀끝에서 춤추고, 다 먹은 뒤에도 한 조각 더 찾게 된다.
다음은청화자오 비법 소고기。
이 국물은 전 애인이 갑자기 보낸 능숙한 유혹의 메시지 같다. 얼얼하고 맵고 자꾸 당긴다. 소고기는 딱 좋은 두께로 얇고, 청화자오 향은 머리까지 곧장 오른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앞으로도 몇 번 더 만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주인공은 당연히 이 냄비,수이주 생선。
생선은 두툼하고 부드러워 ‘서두르지 마,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두부는 국물을 가득 머금고, 한 국자 뜰 때마다 삶이 세게 안아 주는 기분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 냄비를 포장해 집에서도 계속 사랑하기로 했다.
먹고 밖으로 나왔을 때도 머리가 얼얼했다. 이 가게의 힘은 매운맛만이 아니다. 시끄러운 타이베이 안에서 거칠면서 편안한 작은 구석을 찾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