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있잖아. 나 오늘 진짜 엄마 노릇하다가 멘붕 와서 도저히 불 앞에 설 마음이 없었어. 그때 번뜩 집 근처 ‘佳香北平烤鴨’의 오리구이가 생각나더라.
요즘도 오랜 손기술로 대를 이어 가는 작은 가게는 정말 갈수록 귀해지는 것 같아. 많은 사장님이 인플루언서 취향으로 꾸미지도 않고 묵묵히 전통의 맛을 지키는데, 그러면서도 동네 엄마들과 직장인들은 시간만 나면 포장하러 오고 싶어 하잖아. 어떤 건 소박하고 옛날 방식이라서 오히려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알려 주는 느낌이야.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앞에 벌써 몇 명이 줄을 서 있었어. 투명한 진열창 안에서 장인이 오리를 써는 모습이 어찌나 마음이 편해지던지, 칼이 슥슥 움직이는 게 마술 공연 같았어. 나는 반 마리만 주문하고 양배추 볶음도 하나 추가했지.
이번에 내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건 세 가지야:
갓 썬 오리구이
껍질은 노릇노릇 윤기가 흐르게 구워졌고 살은 두툼하고 촉촉했어. 씹을 때 그 쫄깃함이 꼭 요즘 내 생활 같더라. 겉으로는 조금 번들거려 보여도 한입 베어 보면 사실 아주 든든하고, 향이 계속 퍼져 나오는 거야.
전병에 싼 오리고기
이게 진짜 내 최애야! 쫄깃한 전병에 오리고기를 싸고 달콤매콤한 소스를 살짝 찍은 다음 파 한 토막을 넣어 한입 가득 먹었어. 바삭하고 부드럽고 맵고 향긋한 맛이 한데 섞이는데도 신기하게 하나도 부딪치지 않더라. 아이를 돌볼 때 겉으로는 정신없이 허둥대도 속마음은 사실 달콤한 것처럼, 만족감이 정말 컸어.
오리와 양배추 볶음
장인이 바로 볶아 줘서 오리고기는 계속 양념이 잘 배어 있었는데, 양배추는 좀 너무 얌전하고 담백해서 주목을 받지 못했어. 다음에는 그냥 얇게 썬 오리고기를 본연의 맛 그대로 먹을 것 같아.
다 먹고 나니 사람이 완전히 되살아난 기분이었어. 초보 엄마에게는 이렇게 빠르고 만족스러운 음식이 정말 필요해. 간단하고 직관적이라 너무 많이 고민할 필요도 없잖아.
야, 다음에 너도 좀 게으름 피우고 싶고 밥하기 싫을 때 나 불러 줘~ 내가 여기 데려올게. 먹고 나면 기분이 바로 좋아질 거라고 장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