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시청역의 ‘민주의 초록빛’: 吳集郎즉흥 식사 기록
오늘 중리에서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로 돌아와 시청 버스터미널에 내렸는데, 마침 저녁 피크 시간이었습니다. 즉흥파 경력만큼은 제법 되는 저는 ‘인연이 닿는 곳으로 들어간다’는 정신으로 근처를 돌아다니며 저녁을 찾았습니다. 걷다 보니 초록빛이 도는 가게 하나가 보였고, 안에 마침 빈자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밥을 파는 집이었다는 겁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보통 아내와 함께 있으면 아내는 면만 고르고, 저는 밥만 고릅니다. 저희 부부는 원래 겉으로만 화목하고 속은 따로 노는… 아니, 성격이 상호 보완적인 사이죠. 한 명은 면파, 한 명은 밥파.
오늘은 혼자 움직이는 날이니 제 영혼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출근하면 보통 영혼이 없긴 하지만, 적어도 저녁에는 하나쯤 있어도 되니까요.
그래서 바로 이 집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장님의 재물운 조명이 정말 너무 초록색이었던 건지, 아니면 제 휴대폰에 대만의 가치가 너무 충만했던 건지, 사진이 전부 초록초록하게 나왔습니다. 희망과 민주주의가 가득한 색이랄까요.

셀카를 안 찍어서 다행입니다. 카메라 속 제 머리 위까지 초록색으로 보여 괜한 오해를 살 뻔했으니까요.
주문은 반드시 가게 밖의 주문기를 이용해야 하고, 주문한 뒤 안으로 들어가 사장님이 번호를 부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꽤 친절한 방식입니다. 한마디라도 덜 할 수 있으면 그게 어디인가요.
닭다리 튀김밥 NT$145
닭다리는 전통적인 즉석 튀김 스타일입니다. 껍질은 베어 물면 소리가 날 만큼 바삭한데, 속살은 의외로 육즙이 풍부합니다. 길가에 있는 평범한 도시락집처럼 보여도 평소라면 햇볕 아래 줄을 세울 법한 실력입니다.
화려한 플레이팅은 없습니다. 순수하고 직선적이며, 고기의 존재감으로 영혼을 바로 두드립니다.
이 닭다리 튀김밥 자체도 정면 승부입니다. 닭다리를 제대로 튀기고, 밥을 담고, 반찬을 올린 뒤 조용히 한 끼를 먹게 해줍니다.

혼자 먹는 저녁에는 가끔 엄청난 감동보다, 편안하게 끝까지 먹을 수 있는 밥 한 접시가 더 필요합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MRT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가게는 왜 「吳集郎」이라는 이름일까?
이름은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무협 세계의 별호 같기도 합니다. 다음 순간 가게 앞에서 누군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소인은 吳集郎, 닭다리 튀김밥을 팝니다”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집에 돌아와 Google로 찾아보고서야 가게 이름이 대만어로 ‘부자’를 뜻하는 말의 발음에서 착안한 언어유희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게 이해됐습니다. 역시 부자는 저와 생각하는 방식부터 다르군요. 제 주머니가 텅 비어 있고, 가게 이름의 유래조차 Google에 물어봐야 했던 것도 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중리에서 타이베이로 돌아오다 타이베이 시청역 근처에서 완전히 즉흥적으로 고른 곳인데, 이름에는 재치가 있고 조명에는 뚜렷한 입장이 있으며 닭다리 튀김밥은 안정적으로 든든한 도시락집을 뜻밖에 만났습니다.
닭다리는 주문 후 바로 튀겨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합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직선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도시락 스타일입니다.
매장 안의 그 초록빛은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먹고 나니 닭다리도, 가게 이름도 기억났지만 가장 잊히지 않는 건 어쩌면 그 민주적인 초록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타이베이 시청역 근처에서 간단히 한 끼 해결하고 싶다면, 이 ‘부자’의 닭다리 튀김밥을 생각해봐도 좋겠습니다.